[109회 할말이슈] 도가 지나쳤다.

"비행기 추락 직전 기장의 표정을 묘사하라"는 문제를 출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출제 실수를 넘어, 우리 교육계가 예술과 교육의 본질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그 시험에 유가족이 있었다면? 유가족이 이 기사를 보았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예술교육의 목표는 기술적 능력 평가에만 있지 않다. 학생들이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고, 이를 건전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여야한다. 근데 이 사례를 보면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시험이라는 강압적 상황에서 이런 극단적 죽음의 순간을 묘사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을 '소재'로 소비하게 만든다. 이는 예술교육이 추구해야 할 공감능력과 인간성 함양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시험이라는 강압적 상황에서 이런 극단적 죽음의 순간을 묘사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을 '소재'로 소비하게 만든다. 이는 예술교육이 추구해야 할 공감능력과 인간성 함양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조소 실력을 평가하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 표현, 나이에 따른 얼굴 변화, 직업별 특징적 표정 등 무수히 많은 대안이 존재한다. 이런 시험 문제를 낸 출제자들과 이를 승인한 담당자들은 분명히 책임이 있다. 물론 예술은 인간의 모든 감정과 상황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죽음, 공포, 절망까지도 예술의 영역에서 다뤄질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시험 문제라는 강제적 상황에서, 그것도 고등학생이라는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이런 극단적 상황을 묘사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누군가의 죽음 앞의 공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깨달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4 (2).png4 (4).png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