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 예산이 0원이라니 좀 놀랍네요 개선 되길 바랍니다
위기에 처한 한국의 자살예방 시스템:
매년 1만 1천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한민국.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13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1년 자살예방법 제정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스템은 있지만 작동하지 않고, 대책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1인당 자살예방 예산 1,514원은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 이는 생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예산을 최소 10배 이상 늘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심리부검 예산을 현행 3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생명존중안심마을 예산을 현행 12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심리부검은 자살 원인 규명과 예방정책 수립의 핵심이다. 현재 전체 자살사망자의 1%만 실시하고 있는데, 최소 10% 이상으로 확대해야 의미있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서울시 자살예방 인력 1명당 담당 인구 3만 2천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다. 선진국 기준(1만명당 1명)에 맞춰 인력을 3배 이상 늘려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전담 인력 확보다. 현재 대부분 겸직 상태로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
인력 확충과 함께 처우 개선도 필수다. 높은 퇴사율과 짧은 근속 기간은 경험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 자살예방 전문가에 대한 별도 수당 지급, 승진 가산점 부여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5분마다 접수되는 자살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자살대응 예산이 0원이라는 것은 시스템의 심각한 맹점이다. 자살시도자와 최초로 접촉하는 경찰과 소방관의 대응 역량이 생사를 가른다.
경찰서별로 자살대응 전담팀을 구성하고, 위기협상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56명 위기협상요원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되, 별도 예산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교량, 고층건물 등 자살 다발지역에 대한 특화 대응 매뉴얼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
한 번 시도한 사람의 재시도율이 높고, 유족의 자살 위험도 일반인보다 8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 개선: 낙인 극복이 첫걸음
무엇보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도덕적 결함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질병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언론의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 준수, 연예인과 공인들의 정신건강 관련 발언 격려, 기업의 직원 정신건강 프로그램 의무화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기술적 해법은 충분히 나와 있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공감대다. 자살예방은 표가 되지 않는 정책으로 여겨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매년 1만 명이 넘는 국민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예산과 인력이 아깝다고 할 수 있는가.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대책부터 하나씩 추진해 나가야 한다. 완벽한 시스템을 기다리다가는 더 많은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작은 변화라도 시작하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