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회 할말이슈] 아동범죄의 취약성

 

 

아동은 본질적으로 취약한 존재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성인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으며, 특히 권력 관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이러한 권력 불균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교사는 학생의 평가권, 지도권,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적 영향력을 가진 절대적 권위자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 교사가 미성년 학생에게 갖는 감정적 관심은 아무리 '순수한' 의도라고 포장되더라도, 구조적으로 아동에게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아동은 이러한 관계의 부적절함을 인지하거나 거부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루밍(grooming)은 성인이 미성년자와의 성적 관계를 목적으로 단계적으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대부분 '관심'과 '이해', '특별한 관계' 등의 형태로 시작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피해자에게는 마치 '사랑'이나 '특별한 관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교사에 의한 아동 성범죄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수십 건의 교사 관련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당한 일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콘텐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특정 행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다. 특히 로맨스 장르로 포장된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특정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미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초등학생'과 같은 콘텐츠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불쾌하거나 부적절해서가 아니다. 이런 콘텐츠가 실제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종종 자신의 행동을 '사랑'이나 '특별한 관계'로 포장하며, 이런 콘텐츠가 그러한 왜곡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다. 하지만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아동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창작자와 제작자는 자신들의 작품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교원단체와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건전한 사회적 자정 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동 보호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동의 안전과 보호는 어떤 다른 가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도 콘텐츠 심사와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통해 건전한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동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무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검열 논란으로 끝나지 않고, 아동 보호와 콘텐츠 윤리에 대한 성숙한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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