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회 할말이슈] 우리가 놓치고 있는것들

기사 요약

 

전장연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187명의 장애인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은 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50㎡ 이하 소규모 시설에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해주면서, 사실상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1인당 20만원의 배상을 청구하며, 기자회견 중 통의파출소에 들러 계단으로 인해 장애인이 파출소를 찾을 수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정부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잘한점

 

1. 법적 근거를 가진 실질적 행동

 

대법원 판례를 등에 업고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취한 건 전략적으로 탁월하다. 단순 시위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이 문제가 '선의'나 '배려'의 문제가 아닌 '권리'의 문제임을 명확히 했다.

 

2. 구체적 문제 지적

 

50㎡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파출소 같은 공공기관조차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보여준 건 설득력이 있다. 추상적인 차별 논의가 아니라, 일상에서 겪는 구체적 불편함을 가시화했다.

 

[125회 할말이슈] 우리가 놓치고 있는것들

 

출처: 중대신문사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만 있는 공공기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 휠체어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구조.

 

3. 규모 있는 집단 행동

 

187명이라는 숫자는 이것이 개인의 불만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집단소송 형태로 가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할 가능성을 열었다.

 

-문제점

 

1. 소송 목표의 모호함

 

기자회견에서 "승소보다 국정과제 채택이 목표"라고 했는데, 그럼 왜 소송인가? 소송은 판결을 받기 위한 수단이다. 목표가 정책 변화라면 청원이나 입법 청원이 더 직접적이지 않나. 법원은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이런 식의 애매한 목표 설정은 오히려 운동의 초점을 흐린다.

 

2. 현실적 해법 제시 부족

 

50㎡ 이하 소규모 시설까지 의무화하자는 건 좋은데,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동네 골목 구멍가게, 카페, 식당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설치하라고 하면 그 비용으로 장사 접어야 하는 곳들이 속출할 수 있다. 국가 지원 방안, 단계적 이행 계획 같은 현실적 대안 없이 "무조건 설치하라"는 건 공감대 형성에 한계가 있다.

 

[125회 할말이슈] 우리가 놓치고 있는것들

출처:비마이너

50㎡ 이하 소형 점포들이 밀집한 골목상권의 모습. 대부분 계단이나 턱이 있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현실.

 

3. 20만원이라는 금액의 애매함

 

1인당 20만원 청구는 액수가 작아서 '진정성'은 보이지만, 동시에 너무 작아서 정부 입장에선 그냥 물어주고 마는 게 이득이다. 총 3,740만원이면 정부 예산으로는 껌값이다. 실질적 압박이 되려면 금액이든 요구사항이든 뭔가 더 강력했어야 한다.

 

4. 35.5도 폭염 속 시위의 안전 문제

 

기사 마지막에 나오듯 실제로 한 분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정당한 권리 주장도 중요하지만, 참여자들의 안전이 먼저다. 여름 한낮 거리 행동은 장애인들에게 더 위험할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개인적 생각

 

직장인이라면 출퇴근길에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불편 겪은 적 있을 거다. 솔직히 짜증나고, "왜 하필 출근 시간에", "일반인은 어쩌라고" 이런 생각 들었을 거다. 나도 그랬다.

 

 

[125회 할말이슈] 우리가 놓치고 있는것들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내리는 비장애인들의 대비되는 모습.

출처: 비마이너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느끼는 그 불편함이 그들이 매일 겪는 불편함의 몇 퍼센트나 될까. 우리는 지하철역 계단을 그냥 내려가면 되지만, 그들은 엘리베이터 있는 역까지 한참을 돌아가거나 아예 그 역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그냥 파출소 들어가면 되지만, 그들은 계단 앞에서 발이 묶인다.

 

이 소송이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솔직히 전략도 좀 애매하고, 현실성도 부족하다. 근데 30년 넘게 "조용히 말씀드렸는데" 안 바뀌니까 이렇게 하는 거 아닐까.

 

문제는 50㎡ 이하 시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라 '배려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거다. 법 조항 하나 바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계단 앞에서 멈춰야 하는 사람들이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게 진짜 목표여야 한다.

 

출퇴근길 불편했던 그 기억, 조금만 다르게 봐보면 어떨까. "저 사람들 왜 저러나"가 아니라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뭐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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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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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일#evoN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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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약자를 시스템적으로 챙겨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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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유치원
    아주 가까이 장애인이 없다보니 솔직히 체감이 덜 되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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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우리모두 놓치고사는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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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사탕
    수없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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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선진국에 들어서기전에 더더욱 신경써야할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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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곡전사#sSYR
    이동권은 인간이 누려야할 필수 조건이지요 국회에서 올바른 답을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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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맞아요, 독일같은 좋은사례를 가져와서 참고하면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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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국밥돌리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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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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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영#OsSs
    다리를 다쳐 아파보니 이동에 많이 불편하더군요
    약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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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iXXO
    장애인분들끼리는 이해하는 부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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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야프라이스
    장애인 이동권 시위 얘기 읽으니까. 출퇴근길 불편했던 기억이랑 50㎡ 기준 문제가 같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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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도#DWAE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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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oqDe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상당히 부족한건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