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대가 바뀌니 개근이라는 의미가 이제는 안좋게 변했네요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우선, 개근거지에 대한 제 의견을 논하기 전에,
개근거지라는 신조어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학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근 할 경우
부모가 평일에 놀러 갈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학기 중 교외체험을 간다거나 하는 경우가 흔한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은
부모가 맞벌이를 할 경우가 크니 학교에 아이가 개근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30대인 제 세대와 비교했을때, '개근' 이라는 단어 자체가 긍정적인 의미에서
부정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개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단어였는데요.
사실 내가 어렸을때는 이랬지만 지금은 이렇다 하고 단순 비교를 하는 건 결과론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아 생략하도록 하고,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첫번째로,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곳에서
무심코 서로 안부인사라며 던지는 질문도 한번 더 생각해봐야합니다.
"이번에는 어디 안가?"
"크리스마스에 뭐해?"
"애들 데리고 캠핑 갈까?"
"다들 이번에 해외 어디로 가세요"
등등 별 생각 없이 묻는 안부에도 아이들은 움츠러 들 수 있고, 서로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아이들이 입는 옷, 먹는 것 등 사소한 생활용품이나 일상생활에서 먹고 입고 쓰는 것들을 이야기 하면서 마치 '비싸거나 서비스가 좋을 수록 더 맛있고 가치있는' 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지 않은지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은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듣게 되는 모든 말들을 판단하여 거르기 어렵습니다.
보통의 아이라면,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흡수하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곧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어제 내 친구는 더 현대에 가서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구찌 가방을 부모님이랑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비싼 브랜드로 먹었네, 나는 한번도 못먹어봤는데, 나는 집에서 엄마 아빠랑 tv만 봤네. 우리는 돈이 없나봐. 창피하다."
세번째로, 사회가 화가 많아지고 미덕과 도덕이 무너지는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합니다.
내가 더 먼저 타야하고, 내가 더 먼저 집에 가야하고, 내가 더 먼저 앞서는 차가 되어야 하고.
동료의 실수를 들춰내고, 내가 살고자 고자질하고, 나만 편하면 불편한 사람은 상관이 없는 등 사회 풍조가 점점 더 삭막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매일 출퇴근만 대중 교통으로 이용해봐도 그 좁은 길목에 양보하는 사람은 하루에 한 번도 만나기가 힘들죠. 하루의 사소한 공중 예절에서 이런 사회 분위기 변화를 느낄 수 있구요. 아이들은 이런 변화에 더 빠르게 적응하는 존재들이죠. 사랑받으려면 따라야 하니까요.
민주주의, 자유주의, 능력주의(엘리트주의)를 추구하게 되면서 세상의 가치가
마치 '경제적 성공, 부 그리고 명예' 정도의 3가지 단순한 목표로 자리잡게 되면서 다른 인간적인
가치들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졌습니다. 이것이 과연 정당하고 정말 평등한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가 이제는 논의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알잖아요, 경험과 시간이 가르쳐주는 지혜를 돈과 명예 성공이
한 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을요. 한 사람의 삶의 가치는 셀 수도 없는 많은 것들을 겪으면서
정해지고, 다듬어진다는 것을요.
저는 우리 사회가 별일 아닌 것에도 한번 더 웃고, 실수에 관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도전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낼 수 있고 틀려도 괜찮음을 서로 말해주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좋은 것을 입고, 먹고, 겪으면 친구에게도 조금이라고 나누고자, 전하고자 하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개근거지'라는 말이 아무리 생겨나더라도, 그건 말장난일 뿐에 불과한 사소한 기류로 지나갈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이 그런 얘길 제게 하더군요, "뭐 아동 심리학자 그런거 나온다는거 나는 안봐, 잘나고 똑똑하면 뭐해 무조건 부모 잘못이라는데. 나도 옆에서 앉아서 코칭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웃으면서 상냥하게 할 수 있어." 이 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현실을 살아가기에 부모 또는 사회 구성원 즉, '어른'으로서 모든 아이를 세세히 돌보고 관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가 자라면서 올바른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올바른 가치관을 물려줄 수 있게 길잡이를 해 주는 건 성인이 된 저희들의 도리겠지요.
결국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본 것만 꿈꾸게 되어있고 학습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10년, 20년에 걸쳐 성인들을 보고 배운 아이들이 바로 윗 세대 모습인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