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인형
일하는 내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안타까워요
런던베이글뮤지엄 20대 직원 과로사 의혹 사건을 접하며 든 첫 번째 감정은 '역시'였다.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는 것도 안다.
일주일에 80시간.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이다. 사망 전날 15시간 근무,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한 명의 직원이 하루 15시간씩 일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알고도 방치했을까? 지문인식기 오류로 근로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는 해명은, 역설적으로 회사가 실시간 근로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동료들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을 테지만, 시스템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본인조차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올해 7월 2000억원에 매각됐다. 기업으로서는 성공의 정점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 80시간 노동이 있었고, 15시간 연속 근무가 있었다.
2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이 한 명의 직원 근로시간을 관리할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회사는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은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다. "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 그 한마디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