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회 할말이슈] 현사회의 무한경쟁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다.

요즘 7세 고시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영어 학원 시험을 치르고, 몇 곳 되지 않는 상위권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수개월간 대비하는 현실. 누군가는 “그게 다 부모의 욕심”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아동 학대”라고 분노한다.

 

당사자인 부모들 중 누구도, 처음부터 아이를 고시생으로 키우고 싶어하지 않았을 거다. 그보다는 “이 정도는 시켜야 뒤처지지 않는다”는 압박, “안 시키면 내가 무책임한 부모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먼저일 것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결국 학원으로 밀어넣는다. 공부가 목적이라기보다, 돌봄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은 아이의 돌봄과 생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퇴사를 택하는 순간, 경제적 불안이 아이를 더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부모 개인의 선택이나 도덕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교육이 만연한 이유는, 공교육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돌봄이 학원에 의해 대체되는 이유는, 사회가 그 기능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교육이라는 전쟁터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게 아니라, 사회가 부모를 떠밀고 있는 건 아닐까.

 

‘7세 고시’ 현상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과 돌봄 구조, 그리고 무한 경쟁이 정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문화가 함께 만든 결과다. 그런데 우리는 그 구조는 건드리지 않은 채, 아이의 손을 끌고 뛰는 부모만 탓하고 있다.

 

물론 부모로서 해야 할 고민은 있다. 우리 아이가 지금 받고 있는 교육이 진짜 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그 고민은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눠야 한다. 부모 혼자만의 몫으로 남겨둬선 안 된다.

 

“왜 아이들에게 고시를 강요하느냐”고 묻기 전에, “왜 이 사회가 아이들에게 고시를 요구하게 되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4세든 7세든, 더 낮은 연령의 ‘고시’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0
0
댓글 15
  • 프로필 이미지
    동도로로로#YVmc
    이십냔 전에도 연유는 있었어요 친구 조카가 혼잣말을 영어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 프로필 이미지
      Jess
      작성자
      영유말씀하시는거죠?
  • 프로필 이미지
    에스프레소
    7세고시 돌아가는 현실이 사회 구조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교육 부담이 부모 책임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꽤 와닿네요.
    
    • 프로필 이미지
      Jess
      작성자
      아이들을 궁지로몰고, 싫어하는사회가됐죠.
  • 프로필 이미지
    yorisu#CkrB
    무조건적으로 100퍼센트 부모의 욕심이라고도 탓할 수는 없긴 하죠 정말 여러가지가 안 좋게 겹친 상황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Jess
      작성자
      맞아요. 사회는공동체인데.
  • 프로필 이미지
    옹동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게 하려는 부모의 노력이기는하죠
    • 프로필 이미지
      Jess
      작성자
      노력일까요 과욕일까요ㅠㅠ
  • 프로필 이미지
    금두꺼비
    지나친  서울 과밀화,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우리의  출산율은  하위권이지 않습니까!??!
  • 프로필 이미지
    강민정#sHCg
    입시 경쟁이라는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마상엽#YyF3
    어찌보면 이런 선택을 하게한 우리 사회가 가장 문제인거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햇살좋은날
    요즘 영유도 정말 많이
    보내긴 하더라구요 에휴 
    • 프로필 이미지
      Jess
      작성자
      영유자체가 문제는아니지만...
  • 프로필 이미지
    시원해져라
    요즘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돌봄의 빈틈 때문에 학원에 보내는 거라는 말에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너무 과한 공부를 시키기 보다는 아이가 적성을 찾을 수 있게 다양한 배움을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네요
  • 삭제된 댓글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gadzooks
    학원은 아이를 지켜주지 않아요, 부모의 불안을 달랠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