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력과 예산의 제한이 있어서 그런것같네요
-감시는 되지만 예방은 되지 않는 현실
최근 청주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우리나라 전자발찌 제도의 근본적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강도죄로 복역 후 전자발찌를 착용한 30대 남성이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자 '마지막으로 보자'며 불러내 성폭행을 저질렀다. 4시간 동안 감금당한 피해자가 가해자가 잠든 사이 탈출해야만 했던 이 끔찍한 사건은 전자발찌가 과연 재범 방지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 위치만 추적하는 '반쪽짜리' 감시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발찌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위치 추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GPS를 통해 착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특정 지역 출입을 제한하며, 이상 신호 발생 시 관련 기관에 통보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자신의 집에서 범행이 이뤄진다면 전자발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예방 기능의 부재다. 전자발찌는 '어디에 있는지'는 알려주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착용자가 피해자를 자신의 거주지로 유인하거나, 허용된 장소에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범죄가 발생한 후에야 위치 정보를 통해 수사에 활용될 뿐, 진정한 의미의 재범 방지 효과는 제한적이다.
성관련 범죄자의 재범률을 낮추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다른 국가들의 감시제도
미국과 영국 등 전자 감시 제도가 발달한 국가들은 단순한 위치 추적을 넘어선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알코올 모니터링, 심박수 및 스트레스 지수 측정, 의무적 상담 프로그램 연계 등을 통해 착용자의 상태를 다각도로 파악한다. 특히 성범죄자의 경우 특정 인터넷 사이트 접속 제한, 소셜미디어 사용 모니터링 등 디지털 감시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한 해자 보호 시스템과의 연계도 중요한 특징이다. 가해자가 피해자 거주지 근처에 접근하면 즉시 피해자에게 경고하고, 동시에 경찰에 출동 요청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이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GPS의 오차범위도 예방실패 원인의 한 부분이다.
- 인력과 예산의 현실적 제약
한국의 전자발찌 관리는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3년 기준 전자발찌 착용자는 3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를 관리하는 전담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24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고위험군 대상자들까지 제대로 감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 단순한 GPS 추적 장비도 월 관리비용이 상당한데, 보다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재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과도한 투자가 아니다.
-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자발찌가 처벌과 감시의 수단이 아니라 재사회화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위치를 추적하고 행동을 제약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착용자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 사회복귀 프로그램, 취업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성범죄자의 경우 정신의학적 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필수적이다. 전자발찌 착용 기간을 단순한 '감시 기간'이 아닌 '재활 기간'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 피해자 중심의 제도 개선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는 4시간 동안 감금당했다가 스스로 탈출해야 했다. 만약 더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었다면, 또는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끔찍한 일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자발찌는 분명 의미 있는 재범 방지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단순한 위치 추적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기술적 고도화, 충분한 인력과 예산 확보, 재사회화 프로그램과의 연계,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강화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자발찌가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범죄 예방의 근본은 여전히 교육과 치료, 그리고 사회적 관심에 있다. 전자발찌는 이런 노력들을 보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