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하나의 웃음거리로 소비시킨 드라마 제작진이 실망스럽네요...

■ 수어?

 

청각장애인분들은 소리로 말을 배울 수 없기에 ‘보이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 ‘보이는 언어’가 바로 수어(手語)이고 

우리가 수어지원을 하는 뉴스를 보면 뉴스 하단쪽에서

열심히 수어로 청각장애인분들께 내용을 전달하시는 분들을 볼 수 가 있습니다.

 

 

■ 드라마 속 문제의 장면

 

수어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수어로 산(山)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셨을겁니다.

부산, 일산, 안산, 군산, 익산, 논산 등등 우리나라 지명이 '~산(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지하철이나 기차 같은 교통수단에서 

도착역을 수어로 방송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어에서 표현하는 산(山)의 손모양 입니다. 비슷하긴 하지만 디테일하게 손모양이 다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직관적으로 뫼산(山)의 형상화한 걸 알 수 있는 수어입니다.)

 

한석규 배우님 주연의 웰메이드 드라마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를 재미있게 봤던터라

그 후속 드라마인 <지금 거신 전화는>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1화 부터 이런 장면이 나와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드라마 흐름 상 꼭 이런 내용을 넣어야했는지 상당히 거부감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청각장애인분들께 '보이는 언어'로 서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언어인 '수어'를 

이런 식으로 시덥지 않게 희화화하는 걸로 보이는

과연 드라마에서 꼭 넣어야할만큼 중요한 장면인지... 

 

이 장면을 두고 제작진은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기엔 

해당 장면이 여러 차례 다른 각도에서 연출되어 나오는 등 사안이 가볍지가 않습니다.

 

국민들이 이 드라마 장면을 보고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제작진의 해명에 

바로 수긍할 만한 분들이 몇이나 되실런지... 

 

■ 아이들 눈높이에서 본 수어

 

 

어느날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손가락욕을 

청각장애우나 친구, 부모님, 선생님, 이웃들에게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시죠... 

부모님이 놀라서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이게 수어로 산(山)이에요. 손가락욕 아니에요." 하며 

본인의 선넘는 행동을 마치 유머러스하고 위트있는 행동이라고 여기면서

자신의 행동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너무 억지 아니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어린 시절 이런 장난을 하고 자란 어른들도 

결혼을 해서 학부모가 되었을텐데 

우리 아이는 이러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이들 50% 정도가 11.5개월부터 어른들을 따라 모방 행동을 보이고, 

이러한 행동 능력은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소한 행동까지도 어른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좋은 모습보단 안 좋은 걸 더 빨리 따라하는게 아이들의 심리인것도 같습니다.

 

드라마 속 어른들이 잘못 연출된 수어로 인해

어린 아이들 눈에 비친 수어는 

그 사회적 가치가 있는 역할에 비해 희화화되고 

청각장애우들을 향한 조롱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 제작진의 사과

 

 

수어협회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 드라마 제작진들도 심심한 사과를 전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별거 아닌거 가지고 오버한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어에서도 너무 좋은 의미와 아름다운 손모양을 담은 수어들도 많을텐데 

굳이 노골적으로 좋지 않은 의미로 오해할만한 수어를 끌어들여 

드라마 장면 속 하나의 웃음거리로 소비했다는 점에서 

많이 실망하게 되네요...

 

(드라마 제작진의 작품 속 수어 연출 만행은 딱 이 정도 수준의 말장난 같은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