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회 할말이슈] 달콤한 유혹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니었습니다. 국내와 국외를 아우르는 국제 범죄조직의 치밀한 계획이 드러났습니다. 국내에서는 대포통장 모집책이 검거되었고, 캄보디아에서는 중국인 3명이 체포되어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캄보디아 캄포트주 지방법원 검찰청은 박씨의 시신이 발견된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박씨가 사망 전 감금되었던 장소를 조사하여 추가로 중국인 1명을 검거했습니다.

 

이 범죄 네트워크는 어떻게 작동했을까요? 국내에서 모집책이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현지에서는 조직적으로 감금하고 협박합니다. 피해자들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고립되고, 범죄자들은 가족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합니다. 만약 돈이 지불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박씨의 사례가 그 끔찍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왜 청년들은 위험을 감수할까?

 

외교부의 설명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이것입니다. "순수한 취업사기 피해자 외에 온라인 스캠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사례가 많다." 더 놀라운 것은 "구출된 후 대사관의 영사조력을 거부하고 귀국 후 다시 캄보디아에 입국해 온라인 스캠센터로 복귀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는 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청년들은 왜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구출된 후에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까요?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이 현상이 너무 광범위합니다.

 

우리 사회를 돌아봐야 합니다. 청년 실업률, 비정규직의 증가, 치솟는 주거비용, 좁아지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 정당하게 돈을 벌어서는 도저히 꿈을 이룰 수 없다고 느끼는 청년들에게 범죄조직의 제안은 어떻게 들릴까요? 물론 이것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위험한 선택을 하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외교부는 "이런 자발적 가담자들은 국내 우리 일반 국민에 대한 잠재적인 보이스피싱 가해자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단순히 범죄자로만 규정하기 전에, 그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사회적 맥락도 함께 봐야 합니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박씨가 사망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시신은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의 고통은 아들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는 "주캄보디아대사관은 캄보디아 경찰 측으로부터 국민의 사망 사실을 통보받은 직후부터 캄보디아 측에 신속한 수사와 용의자에 대한 엄중한 법적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본인 직접 신고가 필수적"이라는 캄보디아 경찰의 입장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범죄조직에 감금된 상태에서 어떻게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직접 신고하라"는 것은 사실상 구조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국가는 해외에서 위험에 처한 국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은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주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현지 법과 제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결국 답은 예방입니다. 범죄가 발생한 후의 구조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우리 청년들이 이런 위험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캄보디아 등 해외에 소재한 온라인 스캠센터와 관련해 우리 국민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범죄자들도 처벌하는 노력을 적극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교육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조심하라"는 경고가 아니라, 이런 범죄의 실제 수법과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둘째,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합니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 이런 범죄단지가 퍼져 있습니다. 

 

쉬운 돈은 없습니다. 달콤한 제안 뒤에는 항상 대가가 있습니다. 그 대가가 당신의 생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박씨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기를,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비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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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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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일이 더이상 생기면 안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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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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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ntkskzlzy
    4 달콤한유혹 벗어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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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어쩌다 이런 사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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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인데이지#3zUw
    예방이 중요합니다. 공항에서부터 캄보디아에 입국하기위해 출국하는 사람들을 엄격하게 심사해서 막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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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맞아요. 보이스피싱과 다를게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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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야옹
    달콤한 유혹 프레이밍 공감해요 팩트체크로 안전 우선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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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고수익을 왜 Gdp가 한국보다 낮은데서 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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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a
    범죄 조직에 가담한 거면 그냥 범죄자인 거지 대부분의 사지도 정신도 멀쩡한 청년들은 저런 짓 안 하죠 범죄인 거 다 알고 가는 건데요 범죄자에게 서사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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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사기로인해 속은경우도 구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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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왔다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길 바라요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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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사실상 반은 믿고싶은 마음으로 갔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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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멘탈#Prcp
    이번 사건으로 보니 국제공조가 확실히 필요해보입니다. 캄보디아에서도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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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
      작성자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의 외교 민낯이 드러난것같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