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회 할말이슈] 한국외교력의 한계

기사요약

 

베를린 미테구청이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 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2020년 허가받아 세워진 이 동상은 이제 4년째 독일 땅에서 역사의 증언자로 서 있다. 그러나 그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일 지방정부의 태도 변화다. 처음엔 설치를 허가했던 미테구청이 "일본 외교 정책 이익에 영향을 준다"며 철거를 명령한다. 법원이 이를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은 사유지 이전을 제안하며 압박을 이어간다.

 

의견

 

베를린 소녀상 철거에 우리가 직면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일본의 외교적 압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지방정부가 한일 역사 문제에서 일본 편에 기울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예술작품 임시 설치 기간이 끝났다는 행정적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코리아협의회가 사유지 이전을 거부한 이유는 명확하다. 소녀상은 공공장소에 있어야 한다. 역사적 기억은 사적 영역으로 밀려나는 순간 그 의미가 희석된다. 집회와 시위, 추모와 교육의 장소로서 공공부지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독일 당국이 전액 이전 비용을 부담하겠다며 사유지를 제안하는 것은, 결국 "조용히 치워달라"는 메시지다. 공공의 시선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 외교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일본은 베를린 지방정부를 움직일 만큼의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독일 법원이 예술의 자유를 인정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소녀상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타국에서 우리의 역사 정의를 지키려면, 시민단체의 헌신만으론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외교가 필요하다. 독일 정부와 지방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관계, 그리고 지속적인 소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력과 문화적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하지만 외교 무대에서의 위상은 여전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않다. 특히 역사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베를린의 한 지방정부조차 일본의 이익을 고려해 한국 관련 상징물의 철거를 명령하는 현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냉정한 국제 정치의 풍경이다.

 

소녀상 하나를 지키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그것은 단순히 동상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정의를 관철할 수 있는 외교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얼마나 무게를 갖는지, 우리의 가치가 얼마나 존중받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타국에서 한국의 위상을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경제 규모나 K-팝의 인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역사적 정의를 지키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외교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항의나 성명서가 아니라, 장기적 관계 구축과 전략적 연대, 그리고 끈질긴 설득의 과정이다. 베를린 소녀상 논란은 우리에게 이 과제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4년 전 세워진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이것은 하나의 동상을 지키는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나라로 인식되고,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기억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답은, 아직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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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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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루잉
    헌계가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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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덩이
    정말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