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시니어존에 대한 기사를 보고 지나칠까 하다가 저도 의견을 내어봅니다.
저는 여자 직장인, 30대고 아직 한창 일할 나이입니다.
아직 몸도 건강하고 정신도 건강한데, 20대 때는 느끼지 못했던
노화를 몸소 느끼고 있기도 한 그런 나이네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등 공공장소를 이용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이 있기 마련이죠.
가끔 공공 장소에서나 버스, 지하철 등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시는
어르신들이나, 당신보다 젊은 청년들에게 무언의 압박으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는 제스쳐를 취한다거나 하는 무례한 어르신들도 많이 봤습니다.
심지어는 옆에 앉아있던 제 허벅지를 잡고 일어나는 어르신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죠.
이런 단편적인 경험으로만 봤을때 '노인은 다 무례하고, 배우지 않고, 나아지지 않는다' 라는
성급한 편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도 사실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시각을 바꾸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더군요.
반면에 신사같고 매우 예의바르고 정중하신 어르신들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내가 다리가 너무 아픈데 미안하지만~" 하고 운을 떼시면서 부탁을 하시는 어르신도 많았고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니 가방에서 요구르트를 두개 꺼내서 한사코 가져가라고 권하시던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죠.
얼마전에는 새 바지를 몇 벌 주문 했는데 키가 작은 제게는 너무 바지가 길더군요.
대기업이나 브랜드 바지도 아닌터라 기장 맞춤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동네에 있는 허름한 세탁소에 갔더니 오래 된 TV를 보시 던 할아버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시더군요.
칠순 정도 되어 보이셨고 저희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어요.
귀가 잘 안들리셨던지 허름한 세탁소 안에는 TV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할아버님~ 사장님~ 이거는 10cm구 이거 2벌은 8cm만 잘라주세요~" 하니
"뭐라구~? 8 이라구?" 잘 안들리셨는지 TV 소리를 줄이시더니 이내 천천히
바지 기장을 자로 확인하셨습니다.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시길, "오늘 안해줘도 됩니까~ 내일 해줘도 괜찮겠습니까~?" 하셨습니다.
"아유 그럼요~ 3벌인데 얼마 가져올까요~"
"만원만 줘~"
"내일올게요~감사합니다!"
일정이 바빴던 저는 하루를 깜빡하고 그 다음날 바지를 찾으러 갔습니다.
"아유~! 보관료 만원! 까먹으면 어떻게해~~!!"
저는 손바닥을 내밀며 "돈 없어요~~ 만원!" 하고 실없이 웃었고
할아버님은 제 손바닥을 당신 손바닥으로 치시며 웃으셨습니다.
"아유 고마워요~~ 또 와요~~" 하시고 저를 반갑게 배웅해주셨습니다.
이런 일상에서 어르신들이 주시는 웃음은 현대에서 저는 굉장히 귀하고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쁜경험과 좋은 경험을 동시에 하면서 물론 부정적인 편견이 머리에 더 빠르고 깊게 박히지만
생각을 유연하게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저 또한 10대, 20대 친구들에게는 노인일거고 꼰대일겁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되는 순간이 옵니다. 사회가 각박하고 현대화 될 수록 조금 더 조심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날 서 있지 말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 소중한 남의 시간이나 기분을 망치치 않을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만 더 존중하고 '노 시니어 존' 이라는 단어 자체를 듣지 않는 시대가 왔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노 시니어 존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