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당시 김밥천국 '김밥 1줄 = 1천원'이 국룰이었던 시대에서
김밥집은 '돈이 없을 때 저렴하고 다양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이란 의미가 되어주었고
돈이 없는 학생들이나 수험생, 취업준비생들에게
그 시절 김밥전문점 '김밥천국'에서 파는 김밥 1줄은 진짜 가성비 끝판왕 식사였습니다.
2000년대 당시에도 김밥천국 같은 퀄리티의 김밥 1줄을 만들려면
최소 2천원정도는 받고 팔아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원재료를 점포 내부에서 다 만들어내는 등
김밥집 이모님들의 노동력을 갈아넣어(?) 원가절감을 하였고
그로인해 1천원 김밥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04년 기준으로 1천원 김밥 1줄 판매시 400원가량의 마진이 남아
박리다매로 돈벌었다는 하더라구요)
김밥전문점의 대표격인 김밥천국은 그로 인해 2000년대 당시 많은 가맹점 보유과 함께
순수익 월 2천만을을 달성하는 점포들도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뒤 이렇게 호황을 누리던 김밥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니
김밥천국을 애용했던 저도 너무 아쉽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먼저 2004년과 2024년 김밥전문점의 메뉴 가격을 비교해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옵니다.
(2004년 당시 김밥천국 메뉴)
(2024년 김밥천국 메뉴판)
20년이 지나 가격이 비교가 되시나요?
원조김밥은 거의 4배가 올랐고, 다른 메뉴들도 2~3배까지 올랐습니다.
김밥집에서 당시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김밥집 이모님들의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는 전략이었는데
최저시급 상승으로 인해 그러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김밥류는 준비해야하는 재료도 많고, 일일이 김밥 크기에 맞춰 손질해줘야해서 손이 많이 가
오히려 라면이나 우동을 조리해서 파는 것보다 객단가가 떨어진다고...
2007년 기준 3,480원이었던 최저시급이 2024년 기준 9,860원까지 오르면서
이젠 저렴한 인건비 활용이 어려워졌고 임대료 및 다른 식자재들도 동반 상승했기에
메뉴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겁니다.
비교적 저렴한 메뉴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김밥집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편의점을 필두로한 김밥과 도시락도 퀄리티가 좋아지면서
김밥집으로 몰리던 수요가 편의점으로 넘어가게 된거같습니다.
사실 2000년대 편의점 김밥의 퀄리티는 진짜 별로 였습니다.
냉장유통으로 인한 밥알의 식감도 별로 였고 그보다 더 심각했던 건
김밥 내용물이 너무 부실했습니다.
(2000년대 소비자들이 내용물을 보고 실소하게 만들었던 편의점 부실김밥들...)
하지만 요즘 나온 3천원대 편의점 김밥을 보면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졌음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2020년대 3천원대 김밥인데 김밥마다 다들 특색있고 유니크한 김밥 개발에 노력하는 편의점 김밥)
그리고 2015년 이후 3,500원의 혜자도시락을 필두로 한 편의점 도시락도 퀄리티가 상당히 올라와서
오히려 김밥점 김밥이나 다른 메뉴들의 가격 포지션이 애매해진 원인도 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을 한끼 때우는 수단에서 집밥같은 퀄리티로 급상승 시킨 혜자도시락인데 이게 2015년 3500원 퀄리티 입니다. 제 기준 김밥집 김밥 1줄이 2,500원정도 하던 시대였습니다.)
인건비를 비롯한 임대료, 원재료 등은 상승하고
김밥집 김밥의 대체재들은 많아지다보니 어쩔 수 없이
2000년대 그 많았던 김밥집들은 버티지 못하고 점점 사라질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제가 손님이어도 김밥 몇줄 사면 1만원을 넘겨버리는데
차라리 그 가격이면 가성비, 가심비로 국밥을 먹는게 더 현명한 선택으로 생각될듯하네요.
그래도 즉석에서 해주는 김밥집 김밥만의 유니크한 매력이 있으니
가격 경쟁력만 있다면 이렇게 속절없이 사라지는 김밥집을 유지할 명분은 있을듯합니다.
일부 김밥 브랜드들이 '김밥 고급화'를 외치면서 '럭셔리 김밥'을 외치고 있지만
럭셔리 김밥 가격을 생각해보면 선뜻 서민들은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기에
수요층에 한계가 있는거 같습니다.
(럭셔리 김밥을 찾아보니 한줄에 1만원을 넘기는 김밥들도 있네요ㄷㄷㄷ)
그나마 김밥천국 같은 브랜드들이 고공물가시대에서 살아남을수있는 방법은
인건비 비중이 큰 김밥집의
인건비를 줄여나가는 방법밖에 없는거같습니다.
무인 주문결제기(키오스크)와 시중에 상용화 되어 운영중인
김밥의 밥을 펴주는 기계, 채소절단기, 김밥절단기 등을 잘 활용해서
김밥제조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줄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김밥집도 무인자동조리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메뉴 가격을 낮추고
그 메뉴를 미끼상품처럼 활용해서
우선 다시 김밥집으로 손님들이 찾아오게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할듯합니다.
또한 편의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김밥집만의 시그니처 메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서
편의점과 차별화하는 방식을 취해야
지금같은 고물가 시대에서 김밥집이 살아남을수있다고 생각합니다.